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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데리다에 의해 주장된 철학적 개념. 그는 "텍스트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면서 텍스트로 이해되는 이 세계에는 기원도 없고 특별한 중심도 없고 단지 차이만이 존재하고 계속해서 그 의미가 연기된다.

그리고 차연은 문자의 의미가 동일하게 고정되거나 반복되지 않고, 계속해서 차이를 불러일으키면서 동시에 의미를 연기시킨다고 보는 것이다. 이 경우 의미는 문자에 의해 정확하게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미끄러지기 때문에 순수하게 동일한 의미를 확보하는 순간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중 면의 신비한 글쓰기 판'은 차연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이는 외부 면에 글자를 쓰면 바닥 면과 글자를 쓴 부분이 접합하면서 검은 글자들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이 면을 나머지 두 면으로 들어올렸을때 그 글씨들은 사라지고 다시 백지 상태가 되는 장난감이다. 중요한 점은 씌어진 글자가 맨 밑바닥 면 위에 흔적처럼 새겨져 남아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음에 똑같은 글자를 쓰게 되더라도 이미 새겨져서 연기되어 있는 흔적들이 새롭게 씌어지는 글자를 간섭하면서 앞선 것과는 다른 차이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도 이와 같다. 인간의 지각과 인식은 외부 면에 글자를 쓰듯이 새겨졌다가 장면이 바뀌면 다시 백지 상태가 되어 다른 모습을 새겨넣는다. 이때 과거의 흔적들이 계속 연기된 채 남아있어서 눈을 통해 들어오는 새로운 장면을 간섭하게 되어 계속 차이를 발생시키게 된다. 이것이 맞다면 외부 면에 새겨진 순수한 의식을 찾으려는 현상학적 시도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인하, [현대 건축과 비표상]


참고: 구조 개념, 비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