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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izome2




리좀은 중심이 없고 시작도 끝도 없다. 항상 중간, 사물의 틈, 존재의 사이, 간주곡을 의미한다.



'리좀'은 들뢰즈와 가타리(Gilles Deleuze et Félix Guattari)가 그들의 명저 『천의 고원(Mille Plateaux)』(1980)의 입문적 표제어로서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지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이 말을 '수목형'(樹木型)과 대비적으로 사용한다. 리좀형과 수목형은 '관계 맺기'의 두 방식을 가리킨다. 더 정확히 말해, 리좀형과 수목형이 따로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리좀형에 좀더 많은 규정들이 들어갈 경우 수목형으로 화하고 반대의 경우(규정성을 줄어들 경우) 리좀형으로 화한다. 즉 리좀형과 수목형은 상관적 정도(correlative degree)를 형성한다.리좀은 관계를 맺는 방식이 보다 자유로운 쪽으로 갈 때 성립하고, 수목형은 관계 맺는 방식이 이항대립적(binary) 방식으로 화할 때 성립한다(그림 참조).



리좀형은 수목형의 잠재성의 방향이고, 수목형은 리좀형의 현실성의 방향이다. 리좀형의 관계 맺기에서 일정한 규정들이 더해져 감에 따라 수목형으로 화한다. 반대로 수목형의 관계 맺기에서 일정한 규정들이 완화됨에 따라 리좀형으로 화한다. 수목형으로부터 리좀형으로 가는 것은 곧 현실적 이항대립을 극복하고서 잠재적인 보다 자유로운 접속 가능성으로 감을 뜻한다. 역으로 리좀형에서 수목형으로 가는 것은 곧 리좀형에 보다 까다로운 규정(예컨대 “한 항은 다른 세 항과만 접속할 수 있다” 등등)이 가해질 때 성립한다.

리좀형과 수목형을 대립하는 두 형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에 있어서의 역방향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대개 수목형의 구조를 하고 있다. 예컨대 대학은 크게 이과 학문과 문과 학문으로 나뉘고, 문과 학문은 인문대학과 사회대학으로 나뉘고, 인문대학은 어문계와 역사철학계로, 역사철학계는 역사학부와 철학부로, 철학부는 서양철학부와 동양철학부로……, 이런 식의 수목형 구조를 하고 있다. 리좀을 사유한다는 것은 이렇게 실선으로 굳어진 수목형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운(점선으로 그려진) 접속 가능성이 유동하는 잠재성의 차원으로 내려가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다시 현실성으로 올라와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접속들을 실험하는 것이 들뢰즈-가타리가 제안하는 실천철학이다.



건축에서는 렘 콜하스 등이 리좀적 건축을 탐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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